해외 커뮤니티에서 “프렌치프레스로 내린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올린다, 종이필터를 쓰면 막을 수 있다”는 글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커피를 하루 서너 잔씩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는 덜컥 겁이 나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이야기는 절반만 사실입니다.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성분이 커피에 있는 것은 맞고, 종이필터가 그것을 걸러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이 실제로 가장 많이 마시는 형태에는 대부분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커피가 왜 문제가 되는지, 실제로 수치가 얼마나 움직이는지, 그리고 정말 걱정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를 논문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① 문제는 커피가 아니라 ‘거르지 않은 커피’입니다. 종이필터가 원인 물질의 대부분을 걸러냅니다.
② 믹스커피·인스턴트·핸드드립은 사실상 영향이 없고, 아메리카노도 영향이 작습니다.
③ 커피를 끊을 이유는 없습니다. 50만 명 추적 연구에서 거르지 않은 커피를 마신 사람도 커피를 안 마신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지 않았습니다.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올리는 진짜 이유
범인은 카페인이 아닙니다. 커피 원두의 기름 성분에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웨올(kahweol)이라는 두 물질입니다. 1990년대에 원인 물질로 특정됐습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카페스톨이 간에서 담즙산을 만드는 효소의 작동을 억제합니다. 담즙산은 몸이 콜레스테롤을 소비하는 주요 경로인데, 이 경로가 좁아지면 간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그 결과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을 회수하는 수용체가 줄어듭니다. 회수가 덜 되니 혈중 LDL 수치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카웨올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힘이 훨씬 약합니다. 참고로 이 물질들은 실험실 연구에서 항염·항암 활성도 함께 보고되고 있어서, 단순히 “유해물질”로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필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나옵니다. 카페스톨은 기름에 녹아 있어서 종이필터에 걸립니다. 1991년부터 확인된 내용으로, 커피 지질이 필터와 원두 찌꺼기에 남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됐습니다.
2025년 스웨덴 연구팀이 실제로 측정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같은 끓인 커피를 천 필터에 한 번 통과시켰더니 카페스톨 농도가 리터당 939mg에서 28mg으로 약 97% 줄었습니다.

추출 방식별 순위
| 추출 방식 | 카페스톨 수준 | 비고 |
|---|---|---|
| 터키식·끓인 커피 (거르지 않음) | 가장 높음 | 잔당 약 3.9mg |
| 프렌치프레스 | 높음 | 잔당 약 3.5mg, 금속망만 사용 |
| 모카포트 | 중간~높음 | 가압 + 금속필터 |
| 사무실 자동 커피머신 | 중간~높음 | 기계별 편차 큼 |
|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 중간 | 잔당 약 1~1.5mg, 양이 적음 |
| 캡슐커피 | 낮음~중간 | 제품별 편차 있음 |
| 인스턴트·믹스커피 | 매우 낮음 | 잔당 0.2mg 이하 |
| 종이필터 드립 (핸드드립·커피메이커) | 매우 낮음 | 잔당 0.1mg 미만 |
정리하면 “금속망이나 필터 없이 내린 커피”가 높고, “종이를 거친 커피”와 “가루를 물에 녹인 커피”는 낮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종이필터를 거치지 않지만 한 잔의 양 자체가 30mL 남짓이라 절대량은 프렌치프레스의 절반 이하입니다.
참고로 콜드브루는 직접 측정한 신뢰할 만한 연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저온에서는 기름 성분이 덜 우러나고 대부분 필터로 거르기 때문에 낮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는 추정일 뿐입니다. 확인된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실제로 얼마나 오르나
가장 신뢰할 만한 수치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모은 메타분석입니다. 2012년 유럽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분석(시험 12건, 1,017명)에서는 약 45일간 커피를 마신 뒤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5.4mg/dL 올랐습니다. 다만 이 상승은 거르지 않은 커피를 마신 집단에서 두드러졌습니다.
2001년 미국역학회지에 실린 메타분석(시험 14건)의 결론은 더 명확합니다. “거르지 않은 커피는 총·LDL 콜레스테롤을 올리지만, 거른 커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려진 용량-반응 계수(카페스톨 1mg당 LDL 약 0.4mg/dL 상승)를 적용해 습관별로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습관 | 카페스톨 섭취 | 예상 LDL 변화 |
|---|---|---|
| 종이필터 드립 3잔 | 약 0.3mg | 사실상 0 |
| 믹스커피·인스턴트 3잔 | 약 0.6mg | 사실상 0 |
| 아메리카노 3잔 | 약 3~4.5mg | 약 +1~2mg/dL |
| 프렌치프레스 3잔 | 약 10.5mg | 약 +4mg/dL |
| 프렌치프레스 5잔 | 약 17.5mg | 약 +7mg/dL |
| 터키식·끓인 커피 5잔 | 약 20mg | 약 +8mg/dL |
※ 위 표는 공개된 계수를 적용한 추정치이며, 실제 수치는 원두·추출 조건·개인차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확인된 가장 큰 값은 거르지 않은 커피를 하루 6잔 마셨을 때 LDL 약 15mg/dL 상승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의미 있는 크기이지만, 하루 6잔을 프렌치프레스나 터키식으로 마시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얼마나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해외 연구를 그대로 한국에 옮기면 과장이 됩니다.
화제가 된 연구들은 스웨덴의 ‘끓인 커피’, 노르웨이의 ‘플런저 커피’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두 나라에서는 거르지 않고 끓여 마시는 방식이 흔합니다. 반면 한국인의 커피 소비는 전혀 다른 구성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2022년 커피류 판매 기준)를 보면 액상커피 35.6%, 볶은커피 32.6%, 조제커피(믹스커피) 24.8%, 인스턴트커피 7.0%입니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압도적 1위 메뉴입니다.
| 한국인의 주 소비 형태 | 카페스톨 관점 평가 |
|---|---|
| 아메리카노 | 중간 — 하루 2~3잔이면 LDL +1~2mg/dL 추정 |
| 믹스커피·인스턴트 | 문제 없음 |
| 핸드드립·커피메이커 | 문제 없음 |
| 캔·컵커피(RTD) | 낮을 것으로 추정 (국내 측정 데이터 없음) |
| 홈카페 프렌치프레스·모카포트 | 높음 — 애호가 소수에 해당 |

믹스커피에 대한 흔한 오해
여기서 뒤집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믹스커피의 건강 이슈는 카페스톨이 아닙니다. 카페스톨만 놓고 보면 믹스커피는 가장 안전한 축에 듭니다.
믹스커피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설탕과 식물성 크림(포화지방)입니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올린다더라”는 말을 듣고 믹스커피부터 끊는, 정작 원인과 무관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믹스커피를 줄여야 할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는 카페스톨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정직하게 덧붙이면, 국내 커피 제품의 카페스톨을 직접 측정한 한국 연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위 평가는 해외 방식별 데이터를 한국 소비 형태에 대입한 추론입니다.
그래도 커피를 끊어야 할까 — 아닙니다
LDL 수치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면 근거를 오독하게 됩니다. 커피 전체를 놓고 본 연구들은 방향이 다릅니다.
가장 규모가 큰 근거는 노르웨이 연구입니다. 50만 8천여 명을 평균 2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전체 사망률을 비교한 결과(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 = 1.0 기준):
| 구분 | 남성 | 여성 |
|---|---|---|
| 필터 커피 | 0.85 | 0.85 |
| 거르지 않은 커피 | 0.96 | 0.91 |
주목할 점은 거르지 않은 커피를 마신 사람도 커피를 아예 안 마신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거나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필터 커피는 15% 낮았습니다. 다만 이 역시 관찰연구이고, 노르웨이에서는 거르지 않은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흡연과 얽혀 있어 생활습관 요인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정확한 메시지는 “커피가 위험하다”가 아니라 “이왕이면 필터 쪽이 낫다”입니다.
2017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종합 검토(관찰연구 메타분석 201건 + 무작위시험 메타분석 17건)에서도 하루 3~4잔에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2형 당뇨, 파킨슨병, 간질환, 여러 암 위험 감소와도 연관이 관찰됐습니다. 다만 이 연구들은 대부분 관찰연구라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은 아니며, 임신 중이거나 골절 위험이 높은 여성은 예외로 두었습니다.
그럼 누가 신경 써야 하나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사람
프렌치프레스를 하루 3잔 마신다 해도 LDL 상승은 4mg/dL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거의 무시할 수준입니다. 이것 때문에 좋아하는 커피를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 습관이 20~40년 이어지면 누적 효과는 무시하기 어려워지므로, 바꾸기 쉬우면 바꿔두면 좋은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LDL이 이미 높거나 약을 먹고 있는 사람
이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메타분석에서 기존 고지혈증 환자의 상승폭이 더 컸습니다. 감수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미 위험도가 높은 상태이므로 같은 폭의 개선도 실제 이득이 훨씬 큽니다.
거르지 않은 커피 6잔에서 나타난 15mg/dL 상승은, 저용량 스타틴이 낮춰주는 폭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크기입니다. 다만 이는 하루 6잔을 프렌치프레스나 터키식으로 마시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나온 값입니다. 추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비용도 부작용도 없는 조치이므로, 이 집단이라면 우선순위를 높일 만합니다.
다만 “LDL이 높다”의 기준 자체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위험인자가 없으면 160, 당뇨병이 있으면 100, 관상동맥질환을 앓았다면 55가 목표치입니다. 흔히 말하는 “130 미만이 정상”은 다섯 단계 중 한 곳의 값일 뿐입니다. 본인의 목표치와 스타틴 복용 시 주의할 점은 고지혈증 증상 수치 기준과 약 부작용 총정리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실천 정리
1. 종이필터를 쓰고 있다면 이미 잘하고 있습니다. 핸드드립·커피메이커는 추가로 할 일이 없습니다.
2. 프렌치프레스·모카포트를 즐긴다면 끊을 필요 없습니다. 잔수를 하루 1~2잔으로 조절하거나, 추출 후 종이필터에 한 번 더 내려 마시면 대부분 제거됩니다.
3. 믹스커피는 카페스톨 걱정이 필요 없습니다. 대신 설탕과 크림을 보세요.
4. LDL이 높다면 우선순위를 높이세요. 사무실 커피머신을 하루 여러 잔 마신다면 필터 커피 쪽으로 바꿔볼 만합니다.
5. 궁금하면 직접 확인하세요. 추출 방식을 바꾸고 4~8주 뒤 지질검사를 다시 받아보면 본인 몸의 반응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 방법이 가장 정확합니다.
정리하면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올린다”는 말은 “거르지 않은 커피가 올린다”로 고쳐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주로 마시는 아메리카노·믹스커피·드립커피는 대부분 낮은 쪽에 속합니다. 화제가 된 해외 연구들이 다룬 ‘끓인 커피’는 우리 일상과 거리가 있습니다.
커피를 줄이거나 끊을 근거는 이 연구들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하루 3~4잔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종합적 결론입니다. 바꿀 것이 있다면 잔수가 아니라 필터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거나 관련 약을 복용 중이라면, 식습관을 바꾸기 전에 의사·약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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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참고 문헌: Poole R et al. BMJ 2017;359:j5024 / Tverdal A et al. Eur J Prev Cardiol 2020;27:1986 / Jee SH et al. Am J Epidemiol 2001;153:353 / Cai L et al. Eur J Clin Nutr 2012 / Orrje E et al. Nutr Metab Cardiovasc Dis 2025;35:103933 / Urgert R & Katan MB. Annu Rev Nutr 1997;17:305 (용량-반응 계수)
